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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당 몇 만원짜리 나무 정책 언제까지 반복할것인가?<한국목재신문 2026. 6. 1일자 기사>

작성자최고관리자

등록일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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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채된 국산목재의 84%가 칩과 연료재로 사라진다. 자급률 숫자는 올라가도 산업은 무너지고 있다.

 숲은 자라는데 산업은 퇴보한다

우리 산림의 ha당 임목 축적량은 165㎥를 넘어섰다. 반세기 녹화 사업의 결실이다. 그런데 그 나무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를 물으면 대답은 초라해진다. 목재이용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국산목재의 칩과 에너지재 전용 비율은 84%에 이른다. 벌채 목재의 84% 이상이 칩과 펄프 그리고 바이오매스 등 단수명 저부가가치 용도로 소비된다. 구조재·제재목 등 고부가가치 용도로 전환된 물량은 10% 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제재소 수는 2017년 502개에서 454개로 줄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할 인프라가 붕괴되는 동안, 정책은 여전히 '얼마나 많이 베었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톤당 거래와 에너지 정책의 이중 덫

국산목재 유통의 핵심 병폐는 '톤당 얼마'라는 거래 관행이다. 무게로 팔리면 용도 구분이 사라진다. 구조재로 쓸 수 있는 원목도, 칩 원료도 모두 톤당 몇만 원이다. 시장에서 제재용 원목 산지 가격은 칩·에너지재보다 2~3배 높다. 그럼에도 제재 원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이유는, 공급 사슬 전체가 '처리 속도'와 '물량'을 기준으로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너지 정책이 구조를 더 고착시켰다.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대한 REC 혜택이 주어지면서 목재를 태우는 것이 수익성 있는 사업이 되었고, 국산 원목은 에너지 시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목재 1톤을 구조재로 가공할 때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같은 물량을 연소할 때의 수십 배다. 지금 정책은 그 반대 방향을 권장하고 있다. 제재업계 관계자는 “EC 때문에 나무를 태우는 것이 나무를 건축에 쓰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아졌습니다. 에너지 정책이 목재산업을 죽이고 있는 겁니다”라고 했다.

‘자급률’ 숫자에 갇힌 양적 정책의 함정

산림청 목재 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지표는 '목재 자급률'이다. 현재 16~17% 수준인 이 수치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정책 문서마다 등장한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높일 것인가'에 대한 질적 논의 없이, 단순히 국산재 사용 물량을 늘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자급률 계산은 단순하다. 칩이든 제재목이든, 연료재든 구조재든 구분 없이 물량으로 계산된다. 국산 원목을 에너지재로 소비해도 자급률은 올라간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입하면서 저부가가치 국산재로 수치를 채우는 역설이 반복된다. 자급률 제고 명목으로 지원된 보조금이 결과적으로 원목을 칩으로 만드는 사업자에게 흘러가는 아이러니는 이 구조가 낳은 필연적 결과다. 산림전문가는 “자급률 숫자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정책은 위험합니다. 어떤 목재를, 어떤 용도로, 어떤 가격에 공급하느냐가 진짜 지표여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왜 정책은 바뀌지 않는가: 관성과 칸막이

산림청의 주된 정책 파트너는 산주, 임업인, 칩 가공업체들이다.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벌채량 확대와 원료 수요 보장이다. 제재·CLT 등 가공 부문은 조직화가 약하고 정책 협의 테이블에서 목소리가 작다. 용역 연구는 발주 기관의 방향을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어, 불편한 질문—왜 칩이 이렇게 많은가, 제재 인프라 붕괴를 왜 방치하는가—은 공식 보고서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목재 이용 문제는 산림청(원료 공급), 국토부(건축규제), 산업부(에너지 정책), 중기부(중소제조업)에 걸쳐 있다. 그러나 어느 부처도 전체 가치사슬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정책이 목재산업을 잠식하는 동안, 각 부처는 자국 관할 통계만 관리한다. 칸막이 행정이 저부가가치 구조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전환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것들

① 자급률 지표 개편 : 단순 물량 기반 자급률을 핵심 지표에서 폐기하거나, '구조재·공학목재 이용 비율', '장수명 목재 탄소 저장량', '목재산업 부가가치 창출액' 등 질적 지표를 병행해야 한다. 칩 증산이 더 이상 정책 성과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② CLT·구조재 가공 인프라 집중 투자 : 현재 조림·육림에 집중된 예산을 가공 단계로 이동시켜야 한다. 소경재·활엽수 원목을CLT·GLT 원료로 가공할 수 있는 자동화 제재·건조 설비에 정책자금을 집중 지원하고, 권역별 원료 공급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③ 바이오매스 에너지재 지원 단계적 축소 : 목재 연소에 대한 REC 인센티브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목재 건축 탄소 크레딧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축재로 수십 년간 탄소를 고정하는 나무 한 그루가, 발전소에서 타는 나무 열 그루보다 기후 정책에 더 크게 기여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④ 원목 거래 단위 현대화 : 원목 거래를 톤 단위에서 재적·규격·수종 기반으로 전환하는 표준 거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격이 용도와 품질을 반영할 때, 시장은 스스로 고부가가치 방향으로 움직인다.

산림청은 오늘도 자급률 목표와 벌채량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재소가 문을 닫고, 국산 원목은 발전소로 향한다. 이것은 시스템이 잘못된 목표를 향해 효율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국산목재 산업의 미래는 더 많이 베는 것이 아니라, 베어낸 것을 더 잘 쓰는 데 달려 있다. 톤당 몇만 원짜리 나무 정책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출처 : 한국목재신문 https://www.wood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560